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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UR5e와 Robotiq을 붙잡고 한참을 씨름했다.
설정 하나를 바꾸면 다른 곳에서 충돌이 터지고, SRDF를 손보면 또 다른 문제가 튀어나왔다.
분명 조금씩 앞으로 가고는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더디고 답답해서 중간중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런 날이 계속되다 보니, 요즘은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나는 대학원에 가고 싶다.
연구를 설계하고, 직접 부딪혀 보고, 며칠,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막혀 있던 일이 어느 순간 풀리는 그 과정을 좋아한다.
주변 사람들도 하나같이 나에게 박사까지 해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물론 지금 당장 나에게 박사를 결정하라고 하면 쉽게 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직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는 것, 그리고 그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끝내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여전히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가끔은 자기 전에 그런 생각도 한다.
내가 죽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어쩌면 박사로서, 혹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남긴 업적이 있다면,
그건 적어도 나 자신이 쉽게 잊히지 않을 무언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나는 아직 3학년 1학기이고, 연구 분야도 완전히 정하지 못했다.
자율주행부터 매니퓰레이터까지 이것저것 폭넓게 건드려 보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번에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코드와 GitHub를 다시 천천히 돌아보면서 한 가지를 더 분명하게 느꼈다.

내 프로젝트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분명히 해낸 것들은 있다.
직접 구현해 본 것도 많고, 부딪히며 배운 것도 많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아직은 어디까지나 진행형이고,
“이건 내가 끝까지 완성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결과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 고민하게 된다.
내가 정말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니면 단지 연구를 동경하고 있는 사람인지.
내가 깊이 파고드는 사람인지,
아니면 흥미가 생기면 넓게 건드리는 데서 멈추는 사람인지.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막히는 과정 자체를 싫어하면서도, 결국 그걸 뚫어내는 일을 좋아한다.
오늘 같은 삽질도 힘들기는 하지만, 완전히 무의미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 사람인지 조금씩 더 선명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연구 분야도, 진로도, 실력도 모두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하나의 분야에서 내 이름으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오늘의 삽질이 그 길에 얼마나 의미 있는 한 걸음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이런 고민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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